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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Details

Program: Art gallery, Cafe, Wine shop, Bakery, Public space
Client: Forerium
Location: Gimpo
Status: Completed


이 프로젝트는 화장품 공장을 리모델링하고, 주변에 새로운 건물들을 지어 아트 갤러리와 상업시설들로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상업 시설과 예술의 결합은 결국 자본을 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만, 그 진실된 목적이 건축가에게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산만함을 제거해야만 하는 프로그램과 활발해야 하는 프로그램의 혼합이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필요하죠. 그리고 이전의 상업시설 계획들을 통해 체감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디자이너가 클라이언트의 사업적 성공에 집중하는 것보다, 공간의 형태에 관해 고민하는 것이 의뢰인의 성취에 결국 더 이바지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공간의 형태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적어도 저에게 공간의 형태는 무궁무진하지 않습니다. 상상은 자유로울 수 있지만, 그것은 건설 자본이 제한하는 범위 안에서 분투하는 자유입니다. 또한 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건설 자본은 디자이너의 운신의 폭을 좁힙니다. 형태뿐만 아닙니다. 프로그램의 혼합 역시 건설 자본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견적’입니다.

Program/Void


이 건물은 기존에 화장품 공장이었고, 내부에 필요한 시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몇 개의 창고
2. 한 개의 베이킹실
3. 한 개의 계산 공간 (그리고 몇 개의 빵 선반)
4. 한 개의 디스플레이 전시 공간
5. 몇 개의 카페 공간
6. 몇 개의 전시실
7. 몇 개의 화장실

그리고 이 프로그램들은 또 다른 요구사항을 동시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기존 공간의 공허함을 리모델링 후에도 보존할 것.’

사실 이것은 클라이언트가 제게 의뢰한 것이 아니라, 제가 건축에 의뢰하고, 클라이언트에게 그것을 요청한 것에 가깝습니다. 처음 이 건물에 들어왔을 때가 생각납니다. 건물 가장자리에 배치된 철골 기둥들은 내부 공간을 완벽한 하나의 상자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각종 기계가 많아 어지러웠지만, 이 건물은 완벽하게 비어있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이 공간을 새 바닥으로 채우고, 공간을 분리하는 벽을 세우고, 필요한 모든 프로그램들을 집어넣는다면, 기존 건물이 지닌 공허함의 능력은 상실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이 요구사항을 사수하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공허함은 어떻게 보존될 수 있는가? 이 형태는 건설 자본의 허락을 받을 수 있는가?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절대 흔들릴 수 없는 한 가지로 클라이언트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까? 나의 상상이 건축에 기꺼이 이용당할 가치가 있는가?

Plan

평면 구조는 이런 연유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짓기 쉬운 형태로, 프로그램들을 수용하되, 기존 공장 내부의 광활함을 보존하기 위해서’
자, 평면을 보시고, 본인이 중앙에 서 있다고 상상해 주시겠습니까? 좌·우측에는 베이커리가 있기도 하고, 전시 공간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뒤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넓은 공간을 단번에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이 건물이 변형되기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공허함을 변형 후에도 느낄 수 있습니다.위층으로 올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기둥 열을 따라 늘어선 벽들은 중앙으로 다가오면서 끊어집니다. 벽들은 방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지만, 동시에 중앙쯤에서 끊어지기 위해 존재합니다. 당신은 당신이 이 공간에 처음 들어왔을 때 느낀 그 감정을 2층에서도 똑같이 느낄 수 있습니다.

기존 건물에서 느껴졌던 "광활함"은 리모델링 후에도 남겨질 수 있었습니다. 내부 벽들은 특정 지점에 섰을 때, 전체 공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사용자를 완전히 가로막지 않기 때문입니다. 벽 너머로 벽이 있고, 벽들 사이 사이에 각각 열린 공간들이 존재합니다. 그중 어떤 곳은 전시 공간, 다른 곳은 베이커리, 또 다른 곳은 카페 등이 됩니다. 각각의 사용자는 "넓음"의 전체를 즐기다가 원하는 시설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모든 방의 볼륨은 같습니다. 동선의 결말에 전시 공간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전시실을 지나치는 사람(산만함)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같은 볼륨, 같은 형태지만,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이 필요로 하는 전략을 무리 없이 수용할 수 있습니다.


Box


리노베이션 해야할 기존 공장 건물의 복잡한 프로그램과 달리, 새로 지어진 건물들은 모두 단일 프로그램을 부여 받았습니다. 이 신축 건물들에는 내벽이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볼륨을 클라이언트와 상의하고, 나머지는 가구에 그 책임을 돌립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가구가 그 역할을 더 잘 해낼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건축과 가구 모두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다면, 가구에 그 일을 맡기는 것이 훨씬 경제적입니다. 가구는 먼 훗날 다른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건물은 철거해야 합니다.


Facade


저는 각기 다른 건물들이 다르지 않으면서도 같지 않길 원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강력한 형태 논리가 필요했습니다. 자체적인 형태 형성 논리는 파사드를 상상할 때, 왜 이런 형태로 만들어져야만 하는가에 관한 의심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외장의 시작점은 기존 공장 건물의 새로운 내부 평면에서 발생합니다. 파사드의 장식 기둥과 보는 내부의 벽과 슬라브의 위치에서 그대로 자라납니다. 벽과 슬라브는 격자형으로 만나고, 이에 따라 만들어진 그리드는 건물 파사드에 큰 질서를 부여합니다. 이다음부터는 창문이 어떻게 뚫리는지는 크게 중요치 않습니다. 기둥과 슬라브가 만나는 지점에는 직사각형의 돌출 장식이 덧붙습니다. 이 직사각형은 전체와는 다른 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재료(처럼 보이는 것)의 탄생입니다. 나는 5개의 건물들에게 명령했습니다.

‘외부 장식은 내부 기둥과 슬라브의 위치를 설명할 것. 그리고 그들이 만나면서 생기는 면 혹은 지점에는 다른 질감을 지닌 또 하나의 재료로 장식하시오.’

이 논리만 있다면 나머지는 놀랍도록 쉬워집니다. 첫 번째 건물의 형태 논리는 옆 건물들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각 건물의 형태는 이전 형태에 대한 반응이 됩니다. 각 건물에 대한 설명은 이전 건물에 있습니다.


Site plan


대지의 안뜰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첫 번째 큰 건물을 거쳐야 합니다. 이 건물은 건물인 동시에 거대한 출입구입니다. 건물(출입구)을 통과하면, 새로 지어진 모든 건물은 대지의 경계에 붙어 흩뿌려져 있습니다. 그 건물들을 원형의 산책로가 이어주고 있습니다. 안뜰의 중심부는 완전히 비어 있습니다. 완공 후에 어느 정도의/어떤 이벤트가 생길지 모르는 불확정적 초기 상황에서 무엇인가를 미리 채우는 것은 도움보다는 방해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의뢰인은 추후에 커다란 회전목마를 들여놓는 일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커다란 ‘회전목마’는 중요하지 않습니다만, ‘커다란’ 회전목마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입니다.